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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목

천상에 계신이여....

작성자
곽인혁
작성일
2018.03.15
첨부파일0
추천수
0
조회수
421
내용
천상에 계신 이여……!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. 당신이 만들어 놓으신 셀 수도 없을
만큼 많은 것들 중 단 하나. 그 하나를 원하고 살 뿐이었습니다. 너무도 간절히
원하면 질투의 신이 눈치를 채어 장난을 칠까봐 조심조심 마음 졸이면서까지 원
하고 살았었는데, 무슨 이유이신지 당신은 그것마저 내게 허락치 않으시는군요. 천상에 계신 이요……! 제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한 일이 많은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습니다.
커피를 마시면서도 생각을 하고, 이를 닦으면서도 생각을 하고, 가스가 다 떨어진
라이터에 가스를 넣으면서도 생각을 해봤지만 당신에게 바란 것은 하나! 그 단
하나마저도 자격이 없을 만큼 잘못은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. 그러나 인간으로
태어나 당신이 만들어 놓으신 극본대로 살아가야 할 저로서는 가슴을 치며 살 수
밖에 없겠지요. 그래서 그저 가슴만
치며 살았습니다. 그러나 이제는 아닙니다.
당신이 무엇인가 이루고 살라고 보내신 이곳에서는 더 이상 이곳과는 안녕을 하
려고 합니다. 아무런 의미도, 기쁨도, 그렇다고 끈끈한 정마저 없는 이유로 무겁
지도 않을 손을 흔들며 돌아서기에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. 그 대신, 천상에 계
신 당신께 조건을 건다는 그 자체가 우습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드리는
부탁은 들어 주셔야겠습니다. 아닙니다! 아무런 이유도, 그렇다고 저를 달래 보실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. 그저 보고
만 있기에도 가여운 놈이라 생각하시고 두 번째 부탁만은 들어주십사 하고!
그렇게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. 먼저, 언제나 그 목소리에 갈증을 느껴 단 한 번도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
하고 산 두 귀는 전봇대가 높았던 그녀의 전화선 밑에 묻어 주십시오. 나 아닌
다른 사람에게 고백하는 소리라도, 그 사람의 짜증을 받아 주는 소리라도, 그 사
람의 농담에 즐겁게 웃는 소리라도 감사히 듣겠으니 두 귀는 전봇대가 높았던
그녀의 전화선 밑에 묻어 주십시오. 그리고 이 두 눈은, 언제나 차갑고 정숙한 모습만을 보았던 이 두 눈은 그녀가
자주 들르던 째즈빠 앞에 묻어 주십시오 누구 때문에 취하고 싶은지, 무슨 이유
로 취해야 하는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.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가는 모습이
라도 감사할 뿐이니 한 번만이라도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두 눈은
그녀가 잘 가는 째즈빠 앞에 묻어 주십시오.
그리고 또 하나, 이 목소리, 몇 마디 들려줘 보지 못한 이 목소리는 이제 그녀가
사랑하게 될 그 사람에게 건네주십시오. 언제나 입 안에서만, 가슴 속에서만 살아
왔던 이 목소리는 이제부터라도 실컷 들려줄 수 있도록 그녀가 사랑하게 될 사람
에게 건네주십시오. 화도 내 보고 달래줘 보기도 하고 사랑한다는 고백도 해볼
수 있게. 그런 것 저런 것 한 번도 못해 본 한 맺힌 이 목소리는 이제 그녀가
사랑하게 될 사람에게 건네주십시오. 너무 많이 바란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. 이제 마지막 하나, 이 하나만 들어 주신다면 아무런 원망 없이 오히려 감사함으
로 당신을 기억하며 떠나겠습니다. 너무나 한이 맺혀 공기조차 마음대로 들이마셔보지 못한 이 가슴, 주인을 잘못
만나 고생만 하다 가는 이 가슴은 단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그녀의 마음속에
묻어 주십시오. 그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 산다는 걸 그녀는 영원히 모르고 산다
해도, 그래서 다른 사람을 담고 산다 해도 아무 말 없이 그 둘이 눈치 못채게 사
랑하는 모습 지켜만 보며 살아갈 자신 있습니다. 그러니 한맺힌 내 가슴 그녀의
마음속에 영원히 묻어 주십시오. 천상에 계신 이여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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